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서울에서 줄곧 살아오던 나는 처음으로 곤지암이라는
시골에서 살게 되었는데(지금은 시골이 아니다!)
그 해 3월에 엄마가 내게 해주신 말을 난 기억한다.

"종수야, 봄 냄새가 맡아지니? 엄마는 새 계절이 다가올 때 냄새가 난다"

난 그 때부터 냄새를 맡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지금은 계절이 바뀌기 전 바람을 타고 오는 느낌을 기억한다.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엄마는 각박한 감정을 가진 내게
감정이 풍부하게 해주려고 많이 노력하신 것 같다.
동화책도 많이 사주셨고
자두꽃이 만발한 날이면 꼭 데리고 나가서 냄새를 맡게 하셨고
개울가에 메뚜기들이 날뛰는 날이면 메뚜기 구경을 데리고 가셨고
눈이 오는 날이면 열심히 눈을 치우시는 아버지를 뒷전으로 미루고
꼭 사진기를 들고 나를 데리고 나가셨다.
봄날 근처에 있는 둑방의 으스러지는 벗꽃길을 나란히 걸으며 처녀시절 이야길 해주셨다.

오늘은 저녁을 먹고 바람을 쐬는데 문득 가을 냄새를 맡았다.
기억은 언제나 소중하고 특별한 것이지만
혼자 가지고 있기엔 아까운 것.
나도 이제 좋은 기억, 느낌을 누구에겐가 만들어주고 싶어요. 엄마.

벌써 가을 냄새를 맡은 것으로 보아, 올 가을은 빨리 올 것 같다. 뽀로샵. 종수.
2005/07/27 01:33 2005/07/2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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