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누구의 잘못인지 구분하기 힘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종류의 일들은 배경과 원인과 경과 그리고 결과를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전하지 않으면 진실이 왜곡되기 마련이다. 아니, 여기서 객관적이다란 말은 빼도록 하자. 사람이 쓰는 말과 글은 100% 객관적이기가 불가능하므로 빼자. 대신 "논리적"이라는 말로 대체하도록 하겠다.
결국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문화든 군사든 논리에서 패하면 지기 마련이다. 자잘못을 따지는데 논리를 명확히 세웠느냐에 초점을 맞추는게 중요하겠다.

예제문
쌀개방 반대를 요구하는 농민시위가 광화문에서 있었다. 시위가 과격해졌다. 과격한 시위를 진압하다가 경찰 몇명이 다쳤다.
이 예제문만 읽으면 과격시위를 한 농민이 죽일 놈들이다. 이런 글을 읽으면 왜 이런 일이 생겼으며 왜 과격해졌으며 시위진압상황은 어땠으며에 대한 논리를 세우지 않고 "그랬다"만 얘기해줬으므로 상황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과격시위를 한 폭력적인 단체 = 농민단체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하나씩 이제 따져보자.
우리들은 모르는게 너무 많다.
1. 왜 쌀개방에 반대하는가?
대답1 - 그들은 매우 이기적이라서 국익은 생각치도 않고 자기들 이익만 생각한다.
대답2 - 쌀개방은 국가 식량주권이 달린 일이다. 나중에 쌀사느라고 공산품 팔아먹은거 다 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대답1과 대답2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누가 맞냐는 나중에 생각하자. 중요한 것은 어떤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한 논리를 펼쳤냐는 것이다. (!!) 어떤 언론이 시위 주동자와 인터뷰를 했었나? 어떤 언론이 전문가(정치인 말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나? 옳고 그름을 따진 (메이져) 언론은 없었다. 다만 폭력시위만 있었던 것이다.

2. 왜 시위가 폭력적이였는가?
대답1 - 농민들은 원래 폭력적이다.
대답2 -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기 때문이다.
대답3 - 폭력시위라도 하지 않으면 뉴스화 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답4 - 어느 반국가 단체의 조종에 의해서 였다.
지금 당장 인터넷 뉴스를 뒤져보시라. 대답만 있고 대답에 대한 논거가 없다. 논거 없는 대답을 혹시 당신은 믿으시나? 논거없는 대답을 읽은 후 독자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상념, 상식과 현상을 매칭시키고 곧 "그런 것이다"라고 결론을 지어내기 마련이다. 이글을 읽으시는 당신도 같은 과정을 밟지 않았나 반성해보시기 바란다.

3. 사람이 죽고 다쳤다. 농민의 잘못인가 경찰의 잘못인가?
대답1 - 농민이 아들같은 경찰을 무자비하게 때렸다.
대답2 - 경찰이 평화시위하는 농민들에 대해 과잉진압을 하니까 과격하게 대응하게 된거다.
위 두개의 대답은 일반적으로 나오는 대답들이다. 그런데 나는 되묻겠다. 바보냐?? 농민이라고 아들같은 경찰을 때리고 싶어서 때렸겠는가? 경찰이 아버지뻘 되는 농민들을 때리고 싶었겠는가?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생각해보자면 두 경우 모두 아니다. 그럼 왜 이런 비극적인 일이 생겨났을까? 이 문제에 대한 논리적인 접근은 왜 다들 피하고 과격시위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과잉진압한 것에만 초점을 맞출까?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나는 내 나름의 대답을 갖고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 대신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께서 좀 더 깊이 생각해보시길 부탁드린다.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보통의 시위는(평화시위를 말한다) 보도조차 되지 않는다. 농민들은 그동안 보도조차 되지 않는 시위를 수도 없이 해왔다. 그 때의 질서정연함을 아무도 모르는건 누구의 잘못일지 생각해볼 문제다.

마지막으로. 꼭 일이 터져야 잘못을 깨닫을겐가?
수십년 농사를 지어오던 사람은(더구나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 다른 직업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이들이 자신의 직업으로 손해만 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택할 수 있는 길이 어떤게 있을까? 안타까운 말이지만 그 중 나약하신 분들은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꼭 이런 일이 수도없이 발생해야만 대책을 생각할겐가? 수많은 농민들이 농업을 포기 했을 때 논농사 밭농사가 담당해오던 환경정화의 역할은 누가 맡아 줄 것인가? 농업을 포기한 대가로 성장한 기업들이 그 역할을 담당해줄 것인가? 절대 아니겠지. 똥물 똥공기에서 산소마스크를 달고 살아야하는 세상이 와야 잘못을 깨닫을겐가?
불보듯 뻔한 암울한 미래를 우리 스스로 만들지 말자.

다X넷, 네X버, 엠X스 인터넷 찌질이들을 보면서. 분노의 키보드. 종수.
2006/01/03 00:01 2006/01/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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