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땐 이렇게 예뻤다.

주워온 개 떨똥이.
떨어진 똥이라는 뜻으로 떨똥이다.
이 녀석은 새끼 때 부터 너무 맞고 자라서 그런지 겁이 많다. 뭐만 하면 맞았다. 오줌싸도 맞고, 똥싸도 맞고, 사람 물어도 맞고, 짖어도 맞고, 동아리방 밖으로 나가도 맞고, 밥 안먹어도 맞고.... 수없이 맞기도 많이 맞았다. 많이 맞은 덕택인지 버릇하나는 정말 제대로 들었다. 같이 산책나가면 데리고 나간 사람만 졸졸졸 따라다닌다. 밥도 주인이 주는 밥 아니면 먹지 않는다. 아무리 배고파도, 아무리 맛난게 길가에 떨궈져 있어도 주인이 줄 때까지 기다린다. 만약 복도에 뼈다귀삼겹살 뼈가 널려있다면 그 옆에서 그거 먹어도 되냐는 듯한 표정으로 주인을 쳐다본다. 여튼.. 웃기는 놈이다.

떨똥이와 만난지 벌써 3년이다. 그 동안 발정기가 몇번 왔었는데 워낙 겁이 많아 다른 개만 보면 도망가는 통에 여지까지 새끼를 배지 못했다. 덕택에 나의 원대한 꿈(새끼팔아서 맛난거 사먹자는..꿈)은 지금까지 이루지 못했다. 떨똥이는 제가 사람인줄아는지 개를 만나도 아는척 모르는척 지나가는 풀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있었다.
그러나 오늘! 동아리방에 가니 어느 숫놈을 초대해놓은게 아닌가! 숫놈은 내가 겁났던지 왕왕짖어댔지만 내가 얼마나 많은 개를 봐왔는데 네놈을 무서워하랴. 개의치 않고 떨똥이의 밥통에 밥을 넣어줬는데 이 숫놈이 그 밥을 먹네. 그래, 먹고 싶겠지.. 먹는건데. 가만 지켜봤다. 근데 이 숫놈이 밥을 한 절반정도 먹고 남은 밥을 떨똥이에게 양보를 한다. 허허.. 이놈 생긴건 못생겼어도 하는 짓은 이쁘네 하고 생각했다.

떨똥이가 앉아있는 내게 와서 얼굴을 디미는데 평소같지 않게 꼬리를 내린 채 나를 쳐다본다. 느낌이 어제완 사뭇달랐다. 눈에선 눈물이 글썽글썽.. (원래 떨똥이는 잘 운다. 사람처럼 눈물을 글썽거리며 운다.) 마치 내게 "전 개가 맞나봐요.."라고 말하는 듯..
푸하하~~ 네가 드디어 나의 원대한 꿈을 이뤄주려는구나.. 드디어 떨똥이는 제가 개임을 인지한게야.. 떨똥이에겐 미안하지만 그게 사실인걸. 남자친구와 좋은시간 보내란 뜻으로 살며시 밖으로 나와줬다.

어서빨리 예쁜 새끼를 낳아라 떨똥아.. 종수.
2005/07/17 06:36 2005/07/17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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