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씩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하다 쓴다.**

지난 토요일 밤에 일어난 일이였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이였다.

그날 종로3가에서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고
나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공연을 보고 있었다.
시간이 갈 수록 나는 점점 더 앞으로 가고자 했고
사람과 사람 사이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공연을 보고 있는데 내 엉덩이에
손가락이 스쳐가는 감촉이 느껴지지 않는가?!
한번 혹은 두번정도면 옆사람이 실수로 그랬거니 생각하겠는데
거의 몇초 단위로 계속 엉덩이와 허벅지 속부분을 훑어 내린다.
(잠깐! 오해를 막기 위해.. 나는 남자다.)
뒤돌아보니 주변은 다 남자다.

이런, 내가 어느 게이의 표적이 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희한하다고 생각한게.. 일반적으로 게이는 눈이 높은데
왜 하필 나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튼, 중요한건 왜 하필 나냐는게 아니라 내 몸이 만져짐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뒤를 몇번 씩 쳐다보며 의심가는 남자에게 눈길을 줬다.
눈길을 주면서 인상을 팍~~~!!!! 썼다.

이제 안하겠지 생각했는데 계속 내 엉덩이쪽을 쓱싹거리는거다.
느낌은 희한했다.
굉장히 기분이 더러웠고 짜증이 났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묘하게 흥분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이 느낌은 즐길만큼 좋은 것이 절대!!!!! 아니였다.
(이런 젠장.. 이런거 이렇게 노골적으로 써도 되나..)
여튼, 달갑지 않은건 분명한 사실이였다.

그 순간의 나는 많은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다.
만약 내가 아는 여자 중 한명이 어느 남자에게 나와 같은 일을
당했다면 나는 어떻게 처신하라고 조언을 했을까?

내가 조언자의 입장이였다면 당연히 소리를 지르든
그 남자를 잡아서 경찰서로 잡아가든지 혹은 주위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말했을것같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피해자였던 것이다.

누군가 나의 몸을 (그것도 민감한 부분을!) 허락도 없이 만지고
있었던 것이고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화를 낼까?
소리를 지를까?
그 남자를 붙잡을까?
옆에있는 종필형에게 도움을 청해볼까?
그러나 그런 생각들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창피했기 때문에.

다시 나의 엉덩이가 만져짐 당하는 순간 잽싸게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내 뒤에는 누구의 손도 없었다.
그럼 내 엉덩이를 만지는건????
알고 보니 옆에 있는 사람의 손가방이 내 엉덩이를 만지고 있었던거다.
옆사람은 공연 보면서 방방 뛰느라 자기 가방이 내 엉덩이를 건드리는걸 몰랐던거고..

허탈한 웃음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그간 내가 갖고 있었던 생각은
왜 고발하지 않느냐는 것이였다.
지금은 이해한다. 왜 고발하지 않는지.

그리고 내가 봐왔던 포르노 비디오들은 이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여자들은 강간당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막상 정사가 벌어지면 느낀다"라고.
내 체험은 만져짐 당한 체험이기 때문에 정확히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예상컨대 강간을 당했다면 인생 최악의 순간이였으리란건 확신한다.

체험과 망상사이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실화. 종수.
2005/12/30 19:21 2005/12/3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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