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말을 할 입장이 될까?
아니, 그건 아니다.
내가 쥐뿔 아나?
아니, 이것도 아니다.

사실, 모르겠다.
미니스커트를 어떻게 봐야할까?

요즘 교정을 거닐다보면 정말 미니스커트가 많다.
그냥 짧은게 아니라 아주 짧다.
후배들과 같이 밥먹으러 가다보면 후배들은 "므흣하오"라는 말을 연발한다.
이럴 때 나는 "이눔아~!" 해버리고 말지만 사실 나도 므흣했다. -_-;;
연구실 가는 길엔 계단이 많다.
고개를 끄떡하고 올리면 팬티가 보인다.
패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판단이 모호해지고 있다.
그마저 패션이라고 봐야하는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지..

먼저 역사적으로 예쁜 다리의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봐야할 것 같다.
그 시작이 남자의 시선에서 시작했는지, 아니면 여자의 시선에서 시작했는지.
나는 오늘 생각한다. 아마도 남자의 시선부터라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예쁘다고 생각하는) 여자의 쭉뻗은 다리가 여성 육체에 대한 남자들의 호기심으로 시작한게 아닐까? (나만의 생각일 뿐)
이렇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을 탓할 수도 없다.
왜?
네가 쳐다보든 말든 난 이게 좋고 내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하는거다 라고 한다면 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난 미니스커트입은 여인을 보면 다리에 시선이 먼저 간다.
그리고 더구나 그게 찰랑찰랑한다면 그 안쪽이 궁금해진다.
탱크탑 입은 여인을 보면 가슴에 시선이 먼저 간다.
내가 변태라서 그런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나에게 묻는다.
미니스커트 (혹은 야한 옷)는 좋은거냐 나쁜거냐?

몰라. 몰라. 몰라.
남자들의 미적 관점에서 생긴거 같은데 그게 아니라는 사람도 있고
그거 보면 난 육체에 관심이 가는데 그게 잘못된거라는 사람도 있고
"네 복장이 내 성욕을 자극한다"고하면 성폭력인데 (남자들끼리 있을 때 '불끈불끈 솟는다'처럼 표현되는 여러가지 말을 포함)
섹시하다고 하면 왜 칭찬인지?


아래의 글은 http://www.ichae1982.com/tts/index.php?pl=909 에서 퍼온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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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모든 페미니스트들은 입버릇처럼 "우린 대표 선수가 아니거든" 한다.
내 주변에는 페미니스트들이 널리고 깔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들" 주변에는 페미라고는 한 마리도 없어 페미와 마주쳤다 하면 어떤 이슈 혹은 의문들에 대해 마구 물어대는 모양이다.

"페미.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런 것까지 설명해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물어서는 어떤 답도 들을 수 없다. 세상은 복잡다단하고 언어는 지나치게 단순한데 문제는 늘 가장 복합적이고 어려운 지점에서 발생하여 간단히 설명할 수 없거나 제대로 언어화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무 당연해서 코웃음조차 치고 싶지 않은 물음도 종종 있긴 하지만.)

그래서 이런 종류의 물음은 꽤 무례할 수 있다. 많은 전제와 부연이 필요한 주제들에 대해 당신의 입장을 명쾌하게 밝혀보라는 질문은 난감할 따름이다.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너 똑똑한 페미니스트 아니냐"는 시선으로 물어오면 "페미니스트는 다 그러냐" 그럴까봐 무식하거나 무례하거나 둘 중 하나인 상대를 무시하지도 못하고 최대한 친절하게 눙치거나 수많은 말 괄호를 쳐가며 내 생각을 읊어대는 것이다.
그러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꼬투리를 잡고 늘어져 논리적이지 못하네 어쩌고. 화라도 낼라치면 피해의식이 지나치네 저쩌고. 그래서 여러 가지 이유로 입 다물고 있자니 "너무 조용해서 화가 났다"는 둥 "능력 있는 사람들이 조용한 것은 악행"이라는 둥 이딴 소리나 들어야 한다.

나는 "이성과 예의라고는 손톱만큼도 갖추지 못한 무식한 일부 사나이씨"들의 말에는 차라리 한마디도 덧붙이고 싶지 않다(그들은 페미들에게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듯하나 미안하게도 나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다). 오히려 위험한 것은 제법 아는척 생각하는 척하며 문제의 본질을 교묘하게(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흐리는 후자와 같은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논리정연과 설득력을 갖춰야할 쪽은 어느 쪽인가?

그래서 말을 꺼내어 보자면 골빈해커님의 글-"능력 있는" 분들이 "논리정연하게 여성분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반대 의견의 글을 조리있게" 쓰고 토론에 임했다면 "조금은 더 정리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었을 거라는 요지의-은 불편했다. 골빈해커님의 발언은 말하기를 어렵게 하는 현실적 맥락들을 교묘히 가리고 있는데다 마치 논의가 발전적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불평"을 엉뚱한 쪽에다 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이 가능하다.

"논리정연하고" "설득력 있고" "조리있게" 이야기하면 논의는 발전되고 찌질한 댓글 따위 이어지지 않고 그 글을 보는 다른 블로거들도 흐뭇하고 하여간 모든 것이 괜찮았을까? 어떤 글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논리와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인가? 어떤 "논리정연"과 "설득력"은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데(지배구조를 비판하거나 사회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주장들, 그리고 이제껏 말해지지 않은 경험과 감정에 대한 발언은 상당한 논리를 갖추고서도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논리와 설득력을 평가하는 우리의 기준은 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부터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하나 더. 그 논리정연을 누구에게 요구해야 하는가? 논리와 설득력이 필요한 쪽은 말 한마디에 우르르 몰려들어 배설하듯 내갈기는 이들이다. 그 모든 위험 요소를 감수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왜 글을 써야 하느냔 말이다. 무얼 위해서? 사회의 발전과 블로그판의 의미있는 토론 구조의 형성을 위해서? 게다가 과반수 이상의 블로거들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논리와 설득력까지 갖추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것이 그들에게 능력 준 자의 뜻이기 때문에 글을 써야 한다고? 그럴 리가.

무엇이 말하기를 어렵게 하는가

미니스커트 논쟁의 핵심은 미니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다리를 보느냐 마느냐, 다리를 힐끔거리는 남성들이 옳은가 그른가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관습과 체계에서 익숙치 않은 내용과 형식의 말하기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는가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각자가 얼마나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했는가 돌아보고 어떤 언어로 자신의 감정과 고민을 드러낼 것인가 함께 모색해야 한다. 그 작업을 통해 무엇이 "어떤" 말하기를 어렵게 만들고 발화자의 의미가 어떤 언설과 통로를 거쳐 왜곡되는지 짚어 보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 작업을 어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논의가 발전적이지 못했던 책임을 너무도 복잡한 마음으로 침묵하고 있던 사람들의 몫으로 돌리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어떤 신념을 가진 이들이 그 신념에 대해 더 많은 발언과 실천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당연하게" 요구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고 씹어라

여성의 말하기는 낯설다. 여성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들을 "늘"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왔으나 남성적 사회에서 여성의 경험과 감정들은 남성의 시선으로 왜곡되거나 재해석되기 일쑤였다. 남성들은 이해할 수 없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여성의 경험과 감정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성의 경험과 감정은 남성들로서는 도무지 닿을 수 없는 이해불능의 영역에 관한 것이라 경외스럽거나 그걸 인정했다간 자신의 사고체제가 통째로 흔들릴 것 같은 불안과 공포를 안겨주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래서 여성들은 늘 말해왔지만 여성의 말하기는 여전히 낯선 기이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다리를 흘끔거리는 시선이 불쾌하다는 말도 비슷하다. 관음(이라는 단어를 꺼린다면 시선,쯤으로 해두자)의 대상이던 여성이 발화의 주체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었을 때 남성은 당황스럽고 두렵다.
이전에는 말해지지 않았던 여성의 감정이었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불쾌하다'는 단언은 (그들이 인정하든 안하든) 그들에게 어떠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두렵다.

(누군가는 이것을 개인의 감정과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블로그 사토라레'라 칭했는데 나는 그보다는 남성들의 애틋한 연대 의식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뭐 어쨌거나) 그래서 남성들은 쉽게 연대한다.


"뭐라고? 쳐다보는 게 기분 나쁘다고?" 여성의 불쾌하다는 발언 자체를 인정하지 못한다.
"쳐다보라고 입은 거 아니야? 실은 지들도 즐기면서." 여성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곧 죽어도 지 좋을 대로 해석하는 부류.
"그게 성폭력이면 나도 잡아가겠다는 거냐?" 말을 직역하는 사람들은 때때로 가엾다.
"내가 못 생겨서 그런 거지? 재벌들이나 잘 생긴 놈들이 쳐다봤으면 좋아라 했겠지?" 악을 쓰다보면 이런 눈물 나는 자기비하도 비져나온다.

그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발화자가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그 언어를 물고 뜯고 씹는다.
그리고 미니스커트가 아닌 어떤 소재로든 이런 식의 논쟁은 가능하며 실제로도 자주 일어난다.

발화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하여

나는 이 발언이 남성의 것이라면 어떤 반응을 얻었을까 생각해봤다.
어떤 남성이 달콤한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와 처절한 심정으로 "오늘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랑스러운 여친 다리를 쳐다보는 색히들 때문에 조낸 열받는다" 쓴다면 아마 어렵잖게 공감을 얻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삐딱한 사람들은 늘 있게 마련이라 "예쁘면 얼마나 예쁘다고", "안쳐다봤거든" 따위의 댓글이 달릴 수도 있겠으나 뭐 그 정도는 어디에나 있는 돌멩이 보듯 생까버릴 수 있는 수준이다.
오히려 한대 쳐주고 싶었다거나 눈을 찔러버리고 싶다거나 하는 폭력의 언어들이 난무하면서 미니스커트 입는 여친 둔 남친의 괴로움을 공유하는 댓글들이 이어졌을 거라는 상상이 더 현실적이다.
조금 더 상상력을 접어 본다고 해도 그토록 "뜨겁게" 씹히는 일은 절대 없었을 거다.

물론 이는 내 "주관적인" 상상일 따름이다. 그러나 남편 앞에서 아내를 성폭행한 가해자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뛰어난 공감 능력(성폭력은 피해자의 자발성과 여러 가지 정황을 지나치게 "참작하는" 사려 깊은 재판부로 인해 경미한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을 볼 때 아예 근거 없는 상상만은 아닌 듯 하다.

재판부의 판결문을 인용해 살짝 오버해본다면 나는 "남편이 보는 앞에서 그 아내를 성폭행하는 극히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점이 인정된다"는 문장이 그 남편의 고통에 심히 공감한 재판부의 넘치는 분노에서 나온 것은 아닌가 의심하기도 하였다.

그들의 언어가 쉽게 공감받는 건 "익숙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익숙하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여지며 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거침없이 반복되고 반복됨으로써 힘을 얻는 순환의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그에 반해 익숙하지 않은 언어들은 받아들여지기 전에 배척당한다. 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언어들은 세 배쯤 많은 전제와 부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말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최악의 경우 특정한 누군가의(이를테면 꼴통 페미의) 편견 혹은 아집으로 희화화되면 그 언어의 지위는 회복되지 않는다.

사회 구조의 위계는 언어의 위계를, 발화의 위계를 거듭 생산해낸다. 이 위계는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사회적 약자는 언제나 더 많은 말을 해야 한다.
권력의 우위에 서 있는 이들은? 한번 나를 설득시켜 보라고 팔짱 끼고 있으면 그뿐이다.

착각했다면 미안하다

그리하여 나는 미니스커트 논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친구는 내게 "재밌고 통쾌한 글"을 더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나는 듣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왜 '재밌는데다 통쾌하기까지 한' 글을 써야 하나 -_-+)
그러나 몇몇 자매 블로거들과 논의를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켜보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고 세상의 가장 무서운 적 귀차니즘과 마감의 한복판에서 튀어나온 글은 두서가 없을 지도.
그럴 리는 없겠지만 골빈해커님이 "당신보고 한 소리 아니"라고 하면 적잖이 민망할 지도. 착각했다면 미안하다.
2005/11/18 23:40 2005/11/1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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